소설책 두 권.

아멜리 노통Amélie Nothomb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튜브의 형이상학(Métaphysique des tubes)》


자신의 0살에서 3살까지를 다룬 자서전적 소설. ...이라고 하는데, 그 때의 기억이 남아있다는 거 자체가 가능한가? 난 3살은 고사하고 8, 9세 이전의 기억도 흐릿하다 못해 막연한 이미지만 남아있고, 어떤 에피소드를 기억해 낼 능력은 없다. 내가 온전히 기억해낼 수 있는 기억은 적어도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10세 정도부터이다. 내 에피소드 기억이 평균 이하인 건 알고 있으니 내 기준에서 말할 순 없겠지만, 0세부터 3살까지라... 부모의 증언이나 다른 기록들을 참고했겠지만, 그 아기 화자가 사용하는 언어는 온전히 성인의 언어이다. 즉 노통은 유아의 관점에서 글을 쓴 게 아니라 성인의 관점에서 회고하며, 자신의 유아기를 재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기억력은 그리 믿을만한 게 되지 못하지. 이런 짓을 해 버리면 자신의 기억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픽션이 기억을 대체해 버리게 된다. 자신의 삶 전체를 하나의 픽션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일까. 일본에서 나고 자라던 두살 반 아멜리는 스스로를 일본인(Japonaise)로 규정하는데, 과연 그게 두살 반의 결정일까 아니면 성인 아멜리의 자아정체성 규정일까?

다이 시지에Dai Sijie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Balzac et la Petite Tailleuse chinoise)》


문화혁명과 재교육을 경험한 중국인이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쓴 소설. 샨사의 《천안문》과 겹치지 않을까? 중국인의 펜이 프랑스어로 중국을 비판하는 소설을 쓴다면 프랑스의 잘나신 분들이 좋아하겠지. 소설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집필에 있어서 전략적인 선택이 들어갔을 것이다.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도 못 갔음에도 "반동 지식인"으로 몰려 재교육받으러 산골로 들어가는 주인공들은 그곳에서 금지된 발자크를 만나는데.. 아마존 프랑스와 알라딘의 서평을 비교해 보면 프랑스인들은 이걸 독서와 자유에 대한 예찬 정도로 받아들이는 듯한 반면 한국인들은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금서로 분류된 책들을 떠올리는 것 같다만 내게 이 책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기보다 그냥 책에 대한 책, 책에 대한 욕망에 대한 책, 그리고 그 욕망에 따르는 환멸에 대한 책이다. 내겐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주제다. (내 일상이다 제길.) 다만 작중에 거론되는 책들을 들춰보고 싶은 생각이 들긴 한다. 선전문학의 대표로 거론되는 김일성의 《꽃파는 처녀》와 그에 대립되는 안티테제로서 발자크.

안경잽이의 금지된 서양문학 콜렉션을 훔치러 들어가는 두 주인공. 화자는 신고할 것이 두려워 그 중 일부만 빼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 친구 루오는 "결심한déterminé" 톤으로 말한다. "나는 저걸 다 읽고 싶어Je veux les lire tous!" 서물에 대한 욕망 때문에 신고되면 공안이라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문자는 악마의 발명품이지.)





DALF C1 시험을 치렀습니다. 수험생 모드는 임시 해제로군요.
아마 재수할 가능성이 꽤 높을 듯 싶긴 합니다.
아무튼 부담없는 펄프나 읽으면서 휴식.

by Noir | 2008/11/30 01:28 | Sententiarum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Esperos at 2008/12/03 12:00
데나짱, 저는 요즘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러브 코메디 라노베가 끌려요...(먼 하늘)
Commented by Noir at 2008/12/04 13:23
Esperos/ 자아비판하시라요 동무
Commented by Esperos at 2008/12/04 22:27
Noir// 수령님께서 일군들 잘못을 비판하지 않으셨듯, 저희도 비판케 하지 마소서, 옹위!
Commented by alix at 2008/12/04 23:17
난 아멜리 노통의 자전적인 책 두권인가 세권 연달아 읽고 그냥 ㅄ 했던 거 같은데. 다른건 나름 재밌게 봤지만 본인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쓴 건 정말 많이 별로였음, at least for me.
Commented by Noir at 2008/12/05 01:02
alix/ 본인 이야기를 똑바로 쓸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튜브의 형이상학도 그냥 보면 많이 허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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